묵호항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도착하는 논골담길. 이곳은 단순한 벽화 골목이 아닙니다. 묵호항 개항(1941년) 이후 세월과 사람, 삶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살아 있는 바다 마을의 역사책 같은 길입니다. 벽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기억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1960~70년대 바다를 품고 살던 마을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분에 빠지게 됩니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다 고개를 돌리면… 뒤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앞으로는 묵호등대와 바람의 언덕이 손짓합니다.
🕯️ 묵호등대 & 바람의 언덕 – 바다 위에 선 하얀 등불
묵호등대는 1963년부터 묵호항을 드나드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온, 동해의 랜드마크입니다. 해발 93m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이 하얀 등대에 오르려면 빙글빙글 이어지는 계단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야 하죠. 등대 아래에 서면 왼편에는 논골담길, 오른편에는 묵호항과 대진항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등대 위에서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가슴 속까지 탁 트이는 시야가 펼쳐집니다. 묵호의 바다, 정말 말이 안 나올 만큼 아름다워요.
<바람의언덕>
☕ 등대 아래 감성 카페 – 여행의 숨 고르기
묵호등대 언덕 아래에는 소소하지만 정감 넘치는 감성 카페들이 모여 있어요. 전면 유리창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고, 잔잔한 음악과 커피 향이 함께하는 이곳은 여행 중 여유를 즐기기 좋은 공간입니다. 노을이 질 무렵이면 창밖 풍경은 말 그대로 ‘그림’이 됩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바라보는 바다는, 오늘 하루 여행의 절정을 차분하게 감싸주는 느낌이었어요.
🎢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 전설과 스릴의 공존
‘도째비’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요괴입니다. 도깨비보다 자유롭고 장난기 많으며, 바다의 파도, 안개,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존재이죠. 그 전설을 테마로 만든 곳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입니다.
🌉 주요 체험
스카이워크: 해발 59m 유리 바닥 위를 걷는 아찔한 체험
스카이사이클: 절벽 위 30m 공중 자전거 라이딩 (15,000원)
자이언트 슬라이드: 원통형 슬라이드로 절벽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짜릿함 (3,000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발아래 보이는 바다를 직접 마주했을 때.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와…’라는 탄성만 나왔어요.
🎟️ 입장료: 성인 2,000원 / 어린이 1,600원 🕒 운영시간: 10:00~17:00 (월요일 휴무) 📍 주소: 동해시 묵호진동 2-109 / ☎️ 033-534-6955
🌊 5. 해랑전망대 – 바다 위를 걷는 기분
도째비골에서 연결된 해랑전망대는 바다 위로 길게 뻗은 해상 보도교입니다. 길이 85m, 바닥이 매쉬나 유리로 되어 있어 걷는 순간마다 바다를 발밑에 두는 느낌이에요. 사방이 탁 트인 이곳에 서면 바다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파도 소리에 발걸음이 느려지고, 머릿속이 하얘질 만큼 순수한 바다의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운영시간: 10:00~21:00 🎟️ 입장료: 무료
🚗 해안 드라이브 –대진항
식사 후에는 천천히 대진항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보세요. 묵호항 → 어달항 → 대진항으로 이어지는 길은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 해안 절벽, 파도 부딪는 소리가 음악처럼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햇살 부서지는 바다, 갈매기 날아다니는 하늘, 이 구간은 정말… 운전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눈을 빼앗기는 길입니다.
💡 드라이브 추천 시간: 오후 4~6시 (노을빛 바다와 찰떡)
대진항 – 조용한 항구에서의 사색
대진항은 소박하고 조용한 항구입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진짜 같은 동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은 방파제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듣고, 고깃배가 철썩이는 바다 위에 흔들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 여행의 여운을 조용히 정리하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 마무리하며
이 여정은 단순한 하루의 관광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전설과 체험이 어우러지고, 감성과 정보가 함께하는 여행이었어요. 논골담길의 골목을 걷던 시간도, 묵호등대에서 바라본 바다도, 스카이워크에서 느꼈던 아찔한 전율도 모두 하나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여행은 풍경을 찍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것이죠. 오늘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에 ‘동해’를 한 폭의 그림처럼 새겨 넣었습니다.